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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

AI 시대, TDD와 클린 코드는 정말 개발의 정답일까?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입니다. 개발 환경 역시 급변하고 있으며, AI 어시스턴트의 도움으로 코드 작성 속도와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테스트 주도 개발(Test-Driven Development, TDD)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AI가 코드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만큼, 그 코드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테스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TDD와 클린 코드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모든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절대적인 원칙일까요? 아니면 프로젝트의 성격과 개발자의 역할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도구에 불과할까요? 오늘은 TDD와 클린 코드에 대한 다양한 시각, 특히 개발자들이 현업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딜레마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TDD, 개발자라면 추천, 비개발자라면?

한 개발자는 AI 시대에 TDD가 진정한 빛을 발한다고 말합니다. AI에게 기능을 요청할 때 "기능을 추가할 땐 테스트를 먼저 만드는 TDD 방식으로 개발해줘"와 같은 명확한 프롬프트를 제시함으로써, 훨씬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코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부터 버그를 줄이고, 코드의 의도를 명확히 하는 강력한 방법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이 모두에게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TDD는 만능이 아니며, 특히 비개발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개발 공수이기 때문입니다. 테스트하기 좋은 구조로 코드를 짜야 하고, 테스트 코드 자체도 간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즉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Mocking의 남발, 과적합(Overfitting) 등)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딩 경험이 적은 비개발자라면 TDD를 고집하기보다, 직접 기능을 실행해보며 테스트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테스트 코드에 대한 5가지 흔한 오해와 진실

많은 개발자가 '테스트 코드 작성'이라는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중요성은 인지하지만, 바쁜 일정과 막연한 어려움 때문에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근원에는 테스트에 대한 몇 가지 뿌리 깊은 오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오해: 테스트의 목적은 버그 박멸이다.

진실: 테스트는 버그의 존재를 알려줄 뿐, 부재를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즉, 우리가 예상하고 작성한 시나리오 내에서 버그가 없음을 확인해주는 것이지, 예상치 못한 모든 버그를 사전에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모든 예외 케이스를 완벽하게 커버하려 애쓰기보다, 핵심 기능의 동작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고 발견되는 버그를 테스트 케이스로 추가해 추적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2. 오해: 테스트 작성 시, 제품 코드는 절대 변경하면 안 된다.

진실: 테스트만을 위해 제품 코드의 구조를 오염시키는 것(예: 테스트를 위해 private 변수를 public으로 변경)은 지양해야 합니다. 하지만 테스트를 '잘' 작성하려는 노력은 종종 더 나은 코드 설계를 이끌어냅니다. 복잡한 책임을 분리하고, 의존성을 낮추는 등 리팩토링(Refactoring) 과정이 자연스럽게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테스트하기 어렵다면, 코드의 설계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과감히 구조를 개선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3. 오해: 테스트하기 좋은 코드가 좋은 코드다.

진실: 이 말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좋은 코드의 조건 중 하나가 '테스트 용이성'인 것은 맞지만, 테스트를 잘 작성하려는 고민의 과정 속에서 좋은 코드가 탄생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코드의 결합도를 낮추고, 각 모듈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과정 자체가 코드를 더욱 견고하고 유연하게 만듭니다.

 

4. 오해: 테스트 커버리지는 의미 없는 숫자다.

진실: 100% 커버리지가 코드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테스트 코드가 전무한 프로젝트에서 최소한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팀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는 분명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커버리지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우리는 무엇을 테스트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5. 오해: 테스트 코드는 없는 것보다 낫다.

진실: 잘못 작성된 테스트 코드는 유지보수의 발목을 잡는 '레거시'가 될 뿐입니다. 제품 코드의 작은 변경에도 쉽게 깨지고, 수정하기 어려운 테스트 코드는 결국 버려지게 됩니다. 좋은 테스트 코드는 코드 변경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 그 자체로 훌륭한 문서가 되며, 궁극적으로 개발 속도를 향상시킵니다.

 

클린 코드와 사용자 가치 사이의 딜레마

한때 클린 코드, 객체지향 설계, TDD에 심취했던 개발자의 고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는 협업 환경에서 코드의 품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지만, 1인 앱 개발을 경험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사용자에게는 우아한 설계나 완벽한 테스트 코드보다 "이 앱이 내 문제를 해결해주는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만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코드 품질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코드 작성 습관은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추가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됩니다. 미래의 나 자신과 원활하게 협업하기 위해서라도 코드 품질은 중요합니다.

 

핵심은 우선순위의 변화입니다. 특히 소규모 프로젝트나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완벽한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핵심 가치를 빠르게 구현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먼저 '돌아가는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점진적으로 코드의 품질을 개선해나가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과 방법론 자체에 매몰되어 정작 사용자가 원하는 진짜 가치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TDD와 클린 코드는 개발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종교적 교리가 아닙니다. 상황과 목적에 맞게 사용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때로는 원칙을 잠시 내려놓고 사용자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언런(Unlearn)'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름다운 코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코드를 통해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