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이드 프로젝트

뇌과학으로 외국어 능력을 측정할 수 있을까? 첫 토이프로젝트 개발기

"LLM이 코딩을 잘 도와준다지만, 비전공자가 서비스를 뚝딱 만들기는 아직 어렵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이야기일 겁니다. 저 역시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튼튼한 백그라운드 지식 없이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3개월의 담금질 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하나씩, 작지만 재미나 정보를 줄 수 있는 토이프로젝트를 완성해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개발 근육을 키운 뒤, 본격적인 서비스에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달의 결과물과 그 과정에서 얻은 영감, 그리고 따뜻한 격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저의 믿음직한 기술 스택, 슈퍼베이스(Supabase), 커서(Cursor, cline), 버셀(Vercel), n8n과 함께한 첫 여정입니다.

 

모든 것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왔습니다. 바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저를 실어 나르던 지하철 안에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언어의 뇌과학'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고 있었습니다. 그 책에서 아주 신기한 연구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연구는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들에게 특정 사물의 그림을 보여주며, 연구원이 지정하는 언어로 그 이름을 답하게 하는 테스트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더 익숙한 언어로 대답하라고 요구했을 때 반응 시간이 더 빠를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확히 그 반대였습니다. 오히려 덜 익숙한 언어에서 더 익숙한 언어로 전환하라고 요구했을 때, 피실험자들의 대답 시간은 더 길어졌습니다. 뇌가 익숙한 언어를 꺼내기 위해 무언가 다른 처리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의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습니다.

"만약 두 언어 사이의 '전환 시간'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면? 이것을 기준으로 한국인의 외국어 능숙도를 간편하게 진단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비싼 응시료를 내고 정형화된 시험을 보는 것보다, 뇌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뇌에 차지된 언어별 용량을 측정하는 방식. 어쩌면 이것이 더 직관적이고 정확한 진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번째 토이프로젝트, 'bi-lingua'가 탄생했습니다. 물론 아직 미숙하고 보완할 점이 많지만, 작은 아이디어를 제 손으로 직접 구현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결과물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따뜻한 격려와 동기부여

프로젝트 과정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생각지 못했던 귀한 인연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분야를 깊이 고민해오신 한 개발자분께서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분과 대화를 나누며 저는 프로젝트의 성공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정말 조그마한 분야라도 기존보다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발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도는 착각으로 끝나거나,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까지 예상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에 그분께서는 "주변에 1인 개발로 성공하신 분들이 있는데, 말씀하시는 느낌이 그분들과 비슷하네요. 잘 되시리라 봅니다"라는 과분한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짧은 대화는 기술적인 조언을 넘어, 홀로 길을 걷는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서적 지지'와 '확신'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첫 프로젝트를 마치며

결국 첫 번째 토이프로젝트는 저에게 단순히 코딩 실력 이상의 것을 남겼습니다. 책에서 얻은 작은 지적 호기심을 실체적인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경험, 그리고 그 과정을 공유하며 얻게 된 커뮤니티의 소중함과 강력한 동기부여. 이것이 바로 제가 3개월간의 도전을 시작한 진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곧 두 번째 토이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입니다. 또 어떤 아이디어를 만나고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 여정이 궁금하시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